수면의 심리학 : 낮잠을 안자면 손해인 이유
여전히,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낮잠을 잘 시간도 없을 뿐더러 낮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점심식사 후 급격하게 졸음이 오지만,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커피 한 잔 하며 주변을 산책하자고만 하죠. 가끔은 낮잠을 자는 게 필요하기도 합니다.
제 주장이 아니라 최근의 수면 과학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낮잠이 뇌 건강과 수명, 그리고 창의력까지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습니다. 낮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장수를 돕는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낮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낮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영장류 중에 가장 적게 잔다
영장류의 수면 비교 그래프를 보면 사람은 7시간을 잡니다. 침팬지는 9.5시간을 자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같은 영장류임에도 불구하고 목화머리타마린은 약 13시간을, 세줄무늬올빼미원숭이는 17시간을 잡니다. 토론토 대학의 진화인류학자 데이비드 샘슨은 영장류 수면 예측 모델에 따르면 사람은 침팬지처럼 9.5시간을 자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과거에는 포식자로부터 위협이 컸으니 잠을 덜 자는 거였지만, 지금은 그 포식자가 자본주의가 되었나 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헤쳐가기 위한 방편으로 다시 낮잠이 등장하게 된 거죠. 역설적입니다. 낮잠을 자면 인지기능이 더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낮잠을 자는 사람의 뇌는 다르다
2010년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낮잠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합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낮잠을 자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깨어 있도록 하죠. 그 결과, 낮잠을 잔 그룹이 기억력 테스트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기록하였습니다. 특히, 낮잠을 잔 그룹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4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본주의 그리고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개방성과 유연성은 성공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하버드대 로버트 스틱골드 박사는 "낮잠은 마치 뇌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즉, 낮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가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낮잠이 기억력뿐만 아니라 뇌의 노화를 늦추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낮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2023년, 영국 바이오뱅크는 40~69세 약 40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였는데,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뇌의 부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확히는 MRI 스캔 결과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도록 유전적 설계가 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15.8㎤ 더 큰 뇌를 갖고 있었습니다. 뇌의 부피가 크다는 것은 치매나 신경퇴행성 질환의 주요 지표입니다.
즉, 낮잠을 자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가 더 건강하고, 노화 속도가 느리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낮잠이 뇌를 보호하고,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낮잠을 게으름으로 보던 사회에서 빨리 빠져나와 틈틈이 낮잠을 전략적으로 자주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대가 다가온 거죠.
가끔은 점심을 거르고 낮잠을 자도 괜찮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는 연평균 44시간의 수면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더운 밤에는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기온 상승이 수면 패턴을 방해하여 낮 동안의 피로를 증가시키고, 낮잠을 통해 이를 보충해야 한다는 거죠.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심리에도 좋지 않습니다.
미국 앨러게니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1시간 이내로 낮잠을 자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업무시간 중에서도 낮은 혈압과 낮은 심박수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점심을 거르고 낮잠을 자게 되면, 포도당이 아닌 케톤이 에너지원이 되면서 지방세포를 분해해 건강에도 좋고, 신체 에너지에 대한 균형감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침까지 공복이었다면,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되어 트립토판 합성이 좋아져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낮잠, 안 자면 손해다!
낮잠은 게으름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있으시다면, 이제 새롭게 생각해보세요. 낮잠은 뇌를 보호하고, 기억력을 높이며, 치매 예방까지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계속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의 수면 패턴이 변화하는 지금, 낮잠은 점점 더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낮잠을 단순한 '잠깐의 휴식'이 아니라, 뇌 건강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면 15분도 괜찮습니다.
대신 1시간 이상은 피해야합니다. 미국역학저널에 따르면 매일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경우에는 조기 사망 확률이 32% 증가했으니까요. 물론 인과관계는 애매합니다. 다만 기관지나 폐에 이상이 생길 경우 낮잠을 더 많이 자는 경향이 있었으니, 만약 매일 낮잠을 잔다면 호흡기 건강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문헌
Paz, V., Dashti, H. S., & Garfield, V. (2023). Is there an association between daytime napping, cognitive function, and brain volume? A Mendelian randomization study in the UK Biobank. Sleep Health.
https://www.bbc.com/korean/features-61622644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126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