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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당신의 기분 변화, 생체 시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by 심리학자 이선경 2025. 2. 10.

당신의 기분 변화, 생체 시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 어느 날은 "세상을 다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 며칠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서 나오기도 버거운" 상태가 되는 것. 이처럼 극단적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태를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감정 기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뇌와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의 이상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체 시계는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감정을 좌우할까요?

 


 

생체 시계(일주기리듬)란 무엇일까?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계는 뇌의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곳에서 조절하는데,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감지하여 수면-각성 주기, 호르몬 분비, 체온 변화, 기분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침에는 코르티솔이 몸을 깨우고,
밤이 되면 멜라토닌이 졸음을 유도하죠.

 

이 리듬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숙면을 취하고, 에너지가 균형 잡히며, 기분도 안정적이지만, 리듬이 깨지면 기분 장애, 피로감, 집중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 생체 시계가 정상적인 24시간 주기에서 벗어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양극성 장애와 생체 시계의 연결고리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조증(Mania)과 우울증(Depression)을 오가는 주기적인 변화를 경험합니다. 그런데 이 변화가, 생체 시계의 앞당겨짐(phase advance)과 지연(phase delay)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조증 상태일 때는 생체 시계가 앞당겨져서 아침형 인간처럼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게 되며 수면 시간이 짧아짐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를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도파민과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어 에너지가 넘치고, 충동적 행동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우울증 상태일 때  생체 시계가 지연되고, 쉽게 피곤해지며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멜라토닌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늦어지거나 부족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감소하여 무기력감이나 흥미 저하를 경험하게 됩니다.

 

즉, 조증과 우울증은 단순한 심리적 변화가 아니라, 생체 시계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생체 시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야근, 불규칙한 식습관, 밤늦은 스마트폰 사용 등이 생체 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특히 밤늦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일주기리듬을 뒤로 밀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수면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아침에도 피곤하며, 기분이 쉽게 변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야간에 더 많은 빛에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생체 시계가 불규칙해지고, 기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생체 시계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양극성 장애 치료에서는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생체 시계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전략이 중요한 전략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1. 아침에 햇빛 보기

아침 햇빛을 받으면 시교차상핵이 활성화되어 생체 시계가 정상적으로 조정됩니다. 기상 후 30분~1시간 이내에 햇빛을 쬐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2. 밤에는 스마트폰과 인공 조명 줄이기

자기 1~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TV 사용을 줄이고,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청색광 차단 안경을 사용하면 빛의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 시계가 점점 안정됩니다.

 

4. 멜라토닌 보충제

멜라토닌 보충제는 수면 리듬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으로 바뀌기 전에는 세로토닌이고 세로토닌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L-트립토판입니다. 많은 건강기능식품이 있으니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결론: 생체 시계를 지키는 것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길

양극성 장애는 단순한 감정 기복이 아니라, 뇌의 생체 시계 조절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조증은 생체 시계가 앞당겨지고, 우울증은 지연되면서 발생합니다.  야간 스마트폰 사용, 불규칙한 수면 습관이 기분 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침에 햇빛을 많이 받고, 밤에는 빛을 피하는 것이 생체 시계를 안정화하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결국 우리의 감정과 정신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 스마트폰을 조금 더 일찍 내려놓고, 생체 시계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Lee, H.J. (2018). Is the circadian rhythm dysregulation a core pathogenetic mechanism of bipolar disorder?Journal of 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57(4), 276-286.